2009년 06월 30일
악역전문

난 우리집에서 악역을 맡고있다..
무슨 뜻이냐면 온갖 진상짓은 내가 담당하고 있다.
어머니가 보세 옷가게에서 산 마음에 안 드는 옷들을 환불한다던지, 동생이 맞고 오면 때린 애를 잡아서 고문한다던지..
아버지가 주식이나 이것저것 돈에 관한 걸로 사기 당하시면 돈 받아오는 역할까지 다 내가 담당하고 있다.
가족끼리 외식을 가서 혹시나 음식에 머리카락이 있다거나 쇠수세미가 있으면 그것 가지고 ㅈㄹㅈㄹ하는것도 내 담당이다.
그럴때마다 우리 어머니는 '내가 낳은 자식이지만 진짜 진상이다.'라며 감탄하시곤 한다.

날때부터 남들보다 조금, 살짝, 약간 인상이 사납게 생긴 탓에 별 이상한 싸움에 휘말리고 하다보니,
지금은 오히려 그런걸 즐기게 되어버렸다.
온갖 트집잡고 헐뜯는데 쾌감을 느끼게 되어서 일부러 그런 싸움을 찾곤 하는데, 나도 취업을 걱정할때가 오다보니
이런 외모랑 성격이 생각보다 면접에서 훨씬 불리하단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 차분해지고 상냥해질려고 노력해볼려는데.. 항상 부모님이 도와주시질 않는다.

어머니는 이제 우유 안 받아먹는다고 우유배달원 아주머니에게 좀 말해달라고 부탁하셨다.
'아 그 아주머니집이랑 좀 친하고 해서 사정도 잘 알고 혼자 애기들 기르시는데 어떻게 그런걸 말하냐고...
그런건 역시 니가 전문이다.' 라고 나한테 위임하셨다.
나도 사실 겉은 거칠어보여도 속은 굉장히 여려서 이런건 진짜 약한데.. 어쩔수 없이 새벽에 일어나서 딱 잘라
말씀드렸다. 아주머니께 너무 너무 미안해서 아침밥을 반공기도 먹지 못했다.

아버지는 1년간 보시던 조선일보를 끊으셔야하는데 그쪽에서 너무 끈질기게 달라붙는다고 그쪽일도 좀 맡아달라고
부탁하셨다.
싫어도 이 짓한지도 10년을 넘기다보니 그냥 내일이다 싶어서 하기로했다.

우선 그쪽에 전화를 걸었다.
처음에 한번 얘기를 나눠보니 이거 왠만해선 떨어질 사람들이 아니었다.
내가 없고 어머니나 아버지만 계실땐 조폭비스무리하게 생긴 사람까지 데려와서 반협박식으로 강요하고,
전화로 해지얘기를 하니 자꾸 다른곳으로 돌리던지 전화를 끊고...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서 녹음기랑 동영상을 촬영할수있게 캠도 빌려서 단단히 준비했다.
몰래 녹음을 하고 찍은 동영상을 보여준 뒤 우선 조선일보 본사에 알리고 홈페이지에 업로드를 했다.
이렇게까지하니 슬금 반응이 오긴하던데 그래도 끈덕지게 달라붙었다.
공정거래위원회 얘기를 하였더니 뜨끔했던지 이제 동정심을 유발할려는지 계속 불쌍한척들이었다.
이쯤되니 나도 안되겠다 싶어서 20살넘어선 왠만해선 잘 안하는 진상짓까지 해야겠다 싶었다.
지국에 찾아가서 눌러앉아서 계속 TV보고, 거기 있는 커피도 다 타마시고 컴퓨터로 게임도 하면서 아예 거기서 하숙할
기세로 몇시간을 보내다보니 그쪽에서 백기를 들었다.
결국 깔끔하게 해지하기로 하고 더 이상 서로 귀찮게 하지 않기로 했다.

오늘 일도 이렇게 잘 끝냈지만 나도 내가 이럴때마다 성격도 더 거칠게 바뀌고 인상도 더 사나워지는걸 나도 느껴진다.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도 크고...
그런데 어쩌겠나... 착하게 살려고 해도 한명쯤은 꼭 악역을 해줘야지 살기 편해지니 원...ㅠㅠ
가만보면 내 외모가 불심검문받을정도로 사나워진건 다 부모님 탓이다...



형님들은 내 마음을 아시겠지...
by 오반장 | 2009/06/30 21:26 | 나불나불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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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han at 2009/06/30 23:46
악..게리올드만 너무 좋아요
그 악역전문 인상.ㅎㅎ
Commented by 오반장 at 2009/07/04 12:28
다크나이트에서도 혹시 뭔가 저지르지 않을까 두근두근 되게 만드는 얼굴 ㅋㅋ
Commented by ㅋㅋㅋ at 2009/07/04 09:55
쌍커플 수술하면 인상이 조금은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거기에 치아 교정해서 날카로운 턱 모양도 조금 바꾸고...
볼살 없어서 더 삭아보이니까 보톡스도 맞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오반장 at 2009/07/04 12:28
차라리 포기하라고 하지......
Commented by 샤트레즈 at 2009/07/08 16:32
저도 모르게 형님들!!! 하고 외칠뻔 한;;;;
워워~~
Commented by 오반장 at 2009/07/10 22:33
방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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