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09일
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다 사라질까?

무엇이든 쉽게 좋아하고 금방 실증도 내고 하는 성격이지만. 그래도 가끔, 정말 가끔은 너무 너무 좋아져서
딱 그거 하나만 생각하는 것들이 생긴다.
그게 음식점이나 카페같은 장소일수도 있고, 작가, 연예인, 짝사랑같은 사람일때도 있고..
의아한건 내가 진심으로 푹~ 빠져있던 것들은 모두 내 주변에서 하나, 둘씩 없어진다.
어찌보면 이런 이유때문에 쭈욱 여자친구가 없다는...
신이 훼방이라도 놓는지 내가 좋아하게 되는 사람들(꼭 짝사랑만이 아니라 말 그대로 좋은)과는 어떻게 해서든 연락이
끊어지고 다시 못보게 되는 경우들이 생긴다. (아 지금 가까이에 있는 친구들은 예외인가보다.)

최근에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올해 초에 영어학원에서 같은 수업을 들으며 친하게 된 누나 두명(라부르기엔 나이차가 많이 났지만 그 분들이 원하셔서)
이랑 수업외에도 출퇴근시간에 카풀하면서 더 친해지고 수업 마친뒤에 같이 저녁먹고 하면서 급하게 친해졌었다.
여름쯤에 누나들(아직도 어색한 호칭이다만)이 바빠지셔서 학원수업을 못 듣게 되는 바람에 가끔 문자로만 연락해오다가
지난 달 초 오랜만에 만나기로 약속을 정했었다. 시간이랑 날짜는 정해두고 장소는 차차 정하자고...
그런데!!!!
신의 장난인지 그 다음날 핸드폰을 떨어뜨리면서 평소에는 수십번 떠러져도 아무 이상없던 핸드폰이 그날 박살 나 버렸다.
연락할 방법이라곤 폰뿐이었는데 핸드폰이 없어져버리니 지금까지도 답답해하고만 있다.
약속해놓고는 바람맞혀버린거처럼 되버렸고..
같은 부산안에 있는데 어찌 우연히라도 한번 만날수 있으면 좋겠다 제발...
그 외에도 이런식으로 못만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연말이 되니까 더욱 생각난다.
혹시라도 이 글 보신다면.....음 어떻게 연락하라고 하지..
여하튼~
아 그리고 점점 사라져가는 내 단골가게들..
이건 하나씩 정리해보면.

1. 서면의 피오레


겉에서 보기엔 허름해 보이는 건물에다가 조그만해서 눈에 띠지 않지만.
안은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예쁘다.
이곳은 요리사 아저씨 (피렌체에서 요리 배우고 오셔서 피오레) 혼자서 서빙, 설거지, 배웅까지 다 하신다.
그래서 언제 가더라도 같은 맛이라 좋았다. 부산의 다른 파스타집들보다 싼 점도 좋았고.
10월까지도 별 탈없이 매일 매일 오픈했었는데 어느 날 공사를 시작하면서 문을 닫아버렸다.
확장공사라도 하나 생각했었는데 길거리에서 주인아저씨를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건물주인이 매상이 오르는 걸 보고
건물주 사촌동생에게 자리를 내주면서 쫓겨났다고 하셨다.
꼭 다른 곳에서라도 다시 가게 오픈하시길 바란다. 제발~

2. 남포동의 조그만 파니니가게.

보통 샌드위치랑 다르게 바삭바삭한 빵때문에 점심먹고 3시나 4시쯤 살짝 배고플때 즐겨먹곤 했었다.
가격도 1500원이라서 커피랑 같이 사먹으면 3000원정도라 가끔 저녁대신으로 먹기도 좋았었다.
소스종류도 많고 다양한 종류들이 있어서 주변에 다른 간식거리들보다 훨씬 괜찮았다.
쿠폰에 도장 10번찍으면 하나 무료로 먹을 수도 있었고...
그런데 어느날, 뜬금없이 문닫은 뒤에 가게를 뜯어버리더니 증발해버렸다.
단골 간식집이 사라져버린 지금 심정은..후...

3. 범전동의 스지(오뎅)집

간판도 없어서 찾기도 어렵다.

창에 저렇게 오뎅집이라는 글자만...

이건 소스. 간단해 보이는데 진짜 짱이다.

오뎅은 400원.

이건 스지. 소힘줄이라는데 진짜 진짜 맛있다. 800원
젤라틴덩어리. 입안에서 마음대로 굴러다니는게 으아~

서서 먹는 오뎅집은 아니고 바처럼 앉아서 먹는 곳이다. 조금 많이 좁아서 자리는 불편하다.

마무리는 우동이나 국수. 아마 우주에서 제일 맛있는 비빔국수일듯. 면종류는 다 2500원.

여긴 내가 어렸을때(초등학생도 되기 전)부터 가던 곳이다. 초등학교 바로 앞에 있어서 학교다니면서도 자주 먹었고..
또 엄마랑 부전시장갔던날이면 돌아오는 길에 꼭 들려서 스지랑 비빔국수 먹고 하던 곳인데 올해로 벌써 38년이나 된 곳이란다.
물론 부산에 오뎅이랑 스지파는 가게는 넘쳐나지만 맛있는 스지집은 여기말고는 없었다.
여러 고급레스토랑이랑 비교한다해도 나는 여기에 한표 던질테다.
어렸을때는 엄마, 나, 동생 이렇게 3명이서 만원이면 정말 배터지게 먹고 왔었는데...
이제 하야리아 부대가 철수하면서 하야리아 부대 근처 상점들도 하나 둘 철거하고 있는데 이 곳도 올해 말까지만 영업할거라고
하셨다.
마치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온 친구가 멀리 이민가는 기분이랄까... 착찹하다.
위치는 부산진구청 근처 성지초등학교 후문 맞은편에 보면 하야리아부대가 보이고 계속 그 길로 따라가다보면 신호등이 있고
약국이 보이는데 약국 반대편에 있는 조금 큰 골목길로 쭈욱 걷다보면 찾을 수 있다.
12월 말까지만 가 볼수 있으니 부산 사시는 분들은 꼭 가 보시길...

4. 남포동의 커피하우스

여긴 사진이 없어서..
이 곳은 카페라기엔 아주 작고 테이크아웃커피를 파는 곳도 아니다.
이제 딱 3번밖에 가보지 않았다.
테이블이라곤 달랑 2개만 있는데 한곳은 주인 아주머니(인지 아가씨인지)가 앉아서 책을 보시는 곳이다.
보통 이런 가게들은 테이크아웃 커피들을 다 파는데 여긴 신기하게 항상 커피잔으로만 마셔야한다.
종이컵은 커피맛이 안난다나... 근처에 작은 커피가게들이 많은데 하나 하나 다 둘러보다가 최근에야 발견한 곳인데
가격이 무척 싸다. 1500원부터 3000원까지.
다른 가게들보다 신기한 기구들이 많이 있었는데 사진에 보이는 저런 것도 있고 프라스코인가 어쩌고 하는 것도..
어떤 커피든 하나 주문하면 한참을 기다려야한다. 그래서 아주머니랑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하고 커피에 관한 것들도
많이 배우곤 하는데 다 까먹어버린다.
예전엔 설탕 안 들어간 커피는 무조건 맛없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에서 처음으로 설탕이 없어도 커피가 맛있을수 있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 장사가 너무 안되서 올해말이나 내년초에 가게를 그만 둘 생각이라니...

내가 이런 곳들만 찾아서 좋아하는지 아니면 내가 좋아하면 다들 없어져버리는지...
아마 후자가 맞겠지...
늦은 밤에 괜히 쓸쓸해진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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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반장 | 2007/12/09 00:22 | 일기 | 트랙백 | 핑백(1)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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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튼누르면 메모지가 나오더라.신기한건 메모지에 따로 풀칠을 안해도 바로 유리창에 붙는다는거!스푼도 귀엽다.정말 좋은 곳이라 장사가 잘되어서 계속 남아있었으면 좋겠다내가 좋아하는 곳들은 다들 사라지기때문에...커피 마시고 나와서 이리저리 헤집고 쇼핑하면서 혼자 나름 체육대회를 하느라 힘들었다. ... more

Commented by 미니벨 at 2007/12/09 00:29
헉..서면 피오레 문 닫았나요? 몰랐습니다. 서면에서 제대로 된 스파게티가 먹고 싶으면 무조건 피오레를 갔었는데 비극이군요.
Commented by 오반장 at 2007/12/09 00:30
너무 슬퍼요. 건물주한테 쫓겨났대요
Commented by songc at 2007/12/09 00:47
오~~! 이 시간에 비빔국수는 잔인하군요!
Commented by 카렌 at 2007/12/09 09:02
스지.. 정말 맛있겠어요 안먹어봤다는..!
여담이지만 부산 정말 물가 싸군요;;
Commented by 슈3花 at 2007/12/09 12:17
아, 배고파요. 입가에 침이 질질 ㅠ
Commented by 플라멩코핑크 at 2007/12/09 13:29
아니예요. 전자일지도 몰라요. 그나저나 안타깝네요 ㅠㅠ
다 맛있어보이는데 특히 샌드위치랑 커피!! 오뎅집도 너무 안타깝고 ㅠㅠ
Commented by 유월향 at 2007/12/09 16:19
아아... 그 안타까움 정말 진심으로 이해가요... ㅠ_ㅠ;;;

가격이 싼건 아니었지만 파스타가 진짜 무지하게 맛있고,
식전에 나오는 빵도 직접 구워서 따끈따끈한게 맛있는게 나오는 파스타집이 있었어요.
자주 다니다가 그 근처에 갈 일이 없어져서 한동안 안갔는데...
한참 후에 아는 사람을 데리고 이집 정말 맛있다며 데리고 갔는데,
가격은 1.5~1.7배쯤 올라있고
식전빵은 일반 베이커리에서 사오는 듯 했고(건포도 빵을 올리브유에 찍어먹으라고? ㅠ_ㅠ?)
파스타가 무지하게 맛 없어지고 양은 절반으로 줄은 듯...
예전엔 그릇도 따뜻하게 덥혀서 파스타를 내 주는 등
보이는 곳, 안보이는 곳에서 서비스가 친절했는데 서비스도 개판 되고...;;;

나중에 들어보니까 장사가 잘 되었었는데 그 집 이름이랑 인테리어만 그대로 냅두고
원래 주인이랑 주방장 하던 분은 바뀌었다고 들었... [훌쩍]
Commented by 오반장 at 2007/12/10 20:26
songc// 오랜만이에요~ 잘지내시나요
카렌// 제사지낼때나 명절에 탕국끓일때 스지 넣고 하지않나요? 저희집만 그러나.. 아 부산이 싼건가요? 요즘 가격들 다 오르고 있어서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슈3花// 저두요. 뷔페가고싶어요
플라멩코핑크// 파니니 사라져버렸어요. 파스구치에서 파는 파니니보다 가격 싼데도 훨씬 맛있는데 말이죠.
유월향// 눈물나는 사연이군요. 지금 딱 피오레가 그 분위기에요. 장사 잘되니까 쫓아내고 건물주 사촌이 들어와버려서는...
Commented by 200문장영어 at 2008/07/02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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